Biography

이미래(b. 1988)는 시멘트, 레진, 철, 석고, 비계 등 산업적이고 기계적인 재료를 활용하여 물성과 질감, 기계적인 운동이 드러나는 조각을 발표해 왔다. 액체의 순환을 야기하는 펌프 모터, 거친 질감의 시멘트와 비계, 구멍이 뚫린 다공의 패브릭은 유기적인 신체를 은유한다. 외피와 내피, 피부와 내부 기관의 경계를 무색하게 하는 이미래의 조각은 원시적인 동시에 고도화된 기계의 메커니즘을 상기시킨다.

 

작가의 최근 조각에서 드러나는 주요한 특징은 ‘보어(voer) 페티시’이다. 그것은 일종의 재현 불가능한 욕망으로 살아있는 대상을 통째로 삼켜 버림으로써 결국 대상에 대한 ‘거리’ 자체를 무화(無化)하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2022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봐라, 나는 사랑에 미쳐 날뛰는 오물의 분수 (Look, I’m a fountain of filth raving mad with love)》(ZOLLAMT MMK)를 발표하고 가진 인터뷰에서 작가는, ‘아이를 잉태하고 낳듯이, 건물의 파사드를 낳는 거푸집’을 설명한 바 있다. 삼키기와 뱉어내기, 혹은 잉태(carriers)와 출산(birth)의 행위는 그 자체로 매개되는 순환의 아름다움이자 삶의 유한성에 대한 공포를 상기시킨다. 작업을 위해 인용한 시인 김언희의 문장들은 낡은 거푸집 위에 할퀴고 찢어내고 분출하듯, 내뱉어진 채로 쓰였다. 폭력에 대한 신체의 감각, 다가갈 수 없는 원형적인 욕망, 그리고 그러한 감정의 기저에는 슬픔의 정서가 있다.  

 

한편 주요 국제전에서 발표된 이미래의 대규모 설치 작업은 건축 환경과 장소 특정적인 조건을 적극적으로 포함한다. 2022년 부산비엔날레 《물결 위 우리》의 설치 현장은 오래된 선박 공장이었다. 태풍으로 지붕과 벽체가 날아간 텅 빈 공장 안에는 높이 20미터에 달하는 비계 구조물과 여기저기 구멍 뚫린 가림막 천이 설치되었다. 이미래의 <구멍이 많은 풍경: 영도 바다 피부>(2022)는 거대한 건물의 풍화된 뼈대와 외벽을 작품의 피부로 수합하면서, 마치 고래의 배 속에 삼켜진 생물체의 흔적처럼 자리 잡았다. 천천히 바닥을 기거나 호스를 통해 끊임없이 빨아들이고 내뿜는 이미래의 그로테스크한 형상은, 조각의 범주화를 초월하는 파토스적인 폭력과 반복되는 움직임의 쾌감, 나아가 삶의 유한성과 파토스적 욕망과 좌절이 공존하는 감수성의 미학을 향해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와 영상매체를 복수전공한 이미래는 현재 서울과 암스테르담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데뷔 이래 도전적인 행보를 이어온 작가의 주요 개인전은 2023년 뉴욕 뉴 뮤지엄(New Museum)에서 개최된 《Black Sun》을 비롯하여, 《Look, I’m a fountain of filth raving mad with love》(ZOLLAMT MMK, 2022), 《As we laydying》(Kunstmuseum Den Haag, 2022), 《캐리어즈/Carriers》(아트선재센터, 2020), 《words were never enough》(Lily Robert, 2020), 《Het is of de stenen spreken(Silence is a commons)》 (Casco Art Institute, 2019), 그리고 2014년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린 《낭만쟁취: War is Won by Sentiment Not by Soldiers》가 있다. 주요 국제전으로는 부산비엔날레(2022),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2022), 제58회 카네기 인터내셔널(2022), 베를린 쉰켈 파빌리온(2021), 프라이부르크 쿤스트 페어라인(2021), 제15회 리옹 비엔날레( 2019), 《제12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프로젝트》(2018)가 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SeMA 난지 창작스튜디오, 파리 국제 예술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021년 Future Generation Art Prize 특별상을 수상했고, 2023년 6월 뉴욕 뉴뮤지엄(New Museum)의 초청으로 미국에서의 첫 미술관 개인전 《Mire Lee: Black Sun》이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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