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ShinJa: Weaving the Dawn
티나킴 갤러리는 이신자(b.1930, 대한민국, 울진)의 개인전⟪동틀 녘을 엮어내며⟫를 08월 22일부터 9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이신자는 섬유예술이라는 어휘조차 없던 시기에 염색과 자수, 직조 분야를 혁신하고 ‘태피스트리’를 한국 미술사에 처음으로 등장시킨 1세대 작가이다. 지역과 시대를 막론하고 여성성과 강하게 연계된 섬유미술은 특히, 단색화와 실험미술 등 집단적인 운동으로 기술되어 온 한국 미술 흐름에서 비교적 드러나지 않았기에 그 면면을 접하기 어려웠다. ⟪동틀 녘을 엮어내며⟫는 붓을 대신하여 ‘실’이 지닌 재료적 특성 조형적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나아가 금속 등 다른 재료와의 창조적 혼용을 통해 미적 확장성을 추구한 이신자의 작업을 뉴욕 최초로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에 발표된 전위적인 자수 아플리케를 시작으로, 고향 울진의 풍경을 오마주한 후기 작업 <산의 정기> 시리즈 등 그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작품 초기 아이디어와 구현 계획이 꼼꼼히 담긴 밑그림을 비롯하여, 연구자이자 헌신적인 교육자로서의 활동이 담긴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60여 년에 걸친 작가의 치열한 여정을 입체적으로 소개한다.
1930년 울진에서 출생한 이신자는 일제 치하에 살림이 어려웠던 어린 시절, 어머니의 반지고리에서 장난치며 만들어가던 보자기와 살림에 필요한 천을 배틀로 짜던 할머니의 모습을 회상하는 것으로 섬유와의 첫 만남을 밝힌 바 있다. 작가는 평론가 유근준과의 대담에서 “응용미술이라는 관점은 극히 범위가 좁은 한 분야에 머물게 되었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 여자에게 가장 알맞은 분야가 자수로 귀결하게 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언급한다. 둘째 딸을 모델로 작업한 <딸의 초상>(1962)은 1965년 신문회관에서 개최된 이신자의 첫 개인전에서 발표되었다. 회화적 선들을 수 놓은 화면은 인물의 얼굴과 손의 형태를 드러내는 동시에, 당시 전통자수의 재현적 캐논을 벗어나 반(半)추상 형식을 띄고 있다. 일찍부터 자수에 아플리케, 염색을 과감하게 끌어들인 이신자는 이보다 한 해 앞서 제작된 <도시의 이미지>(1961)에서, 바탕천의 평직 올을 풀고 풀어져 내린 올을 다시 은은한 색상의 실을 꼬아 입혔다. 전통적인 섬유공예에서 볼 수 없었던 실의 팽팽함과 느슨함, 뚫린 바탕 사이로 보이는 뒷면의 여백은 구조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레디 메이드 천의 올을 풀어내림으로써 나타난 뚫린 화면은 1979년 작 <발>(1979)에서 극대화된다. 린넨 천의 올을 풀어 굵은 면사를 끼워 넣은 이 작업은 공간을 나누고 차단하는 ‘발’의 공예적 기능에 기대어 미학적 결과를 성취한 것이다. 공예와 순수예술의 교차점, 전통과 모더니즘의 경계에서 재료와 기법에 한계를 두지 않은 그녀의 전위성은 당시 ‘이신자가 한국 자수를 다 망쳤다’는 혹평과 함께 ‘공예계의 혜성’으로 평가받으며 일대의 사건이 되었다.
이신자는 1970년대에 이르러 태피스트리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기법 연구에 여념이 없었다. 재료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남대문 구제품 시장에서 구한 독특한 재질의 털실 스웨터를 풀어 쓰고 침구용 면사를 뜯어 합사하고 손수 염색하는 등의 자구지책으로 이를 극복했다. 이 시기에 제작된 (1973)과 <무제>(1970s)는 엄격한 기하학적 모티브와 서정적인 색채, 수평 수직의 조화로운 질서를 바탕으로 이신자가 펼쳐낸 완전한 추상적 사유를 보여준다. 서울 올림픽을 전후한 1980년대 한국에도 해외 섬유미술 현장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해졌고 이신자의 실험성은 더욱 과감해졌다. 특히,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1983년 스위스 로잔 국제 태피스트리 비엔날레에 참관하는 등 일찍이 글로벌 현장의 ‘파이버 아트(Fiber art)’를 경험한 작가는 조각적 형태와 설치미술로 확장해 온 자신의의 조형성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또한 1980년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국제 교류전으로 방한한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Magdalena Abakanowicz),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와 교류하기도 했다. 이 시기 이신자는 주로 강렬한 색감을 바탕으로 회화적 조형성과 서사적 의미를 모두 담을 수 있는 대규모 직조 작업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작품 활동이 왕성했던 가운데, 1982년 반려자 장운상 화백과의 사별이라는 큰 슬픔을 겪게 된다.
상실과 절망을 딛고 실질적인 가장이 되어야 했던 상황에서 이신자는 더 깊은 몰입으로 창작열을 불태웠다. 1984년부터 1993년까지, 약 10여년 간 열린 3번의 개인전에서 작가는 생명과 삶에 대한 경외, 부활의 의지를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였다. 태양, 빛, 바다, 산 등과 같은 자연의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전환시킨, <여명>(1980s), <전설>(1980s), <세상은 아름다워라>(1980s)와 같은 작품들은 이 시기에 발표되었다. 삶을 추동하고 순환시키는 ‘자연’이라는 세계와 이신자의 삶의 서사는 그녀가 평생에 걸쳐 연구한 주제이다. 물감과 붓을 대신하는, 부단한 손의 기술로 쌓아 올린 이미지들은 대지 위로 쏟아 오르는 단단한 생명력과 하늘, 바람, 햇빛과 무한한 근원을 상기시키며 공존과 희망, 확산의 힘을 발산한다. 이신자의 작업에 대해 미술평론가 김복영은, ‘빛의 은유’와 ‘기억의 공간’이라는 테마로 분석하였다.
“제가 자란 곳이 시골이었기 때문에, 고향에서 아침마다 아버지를 따라서 늘 산에 올랐어요. 강렬했던 태양 빛을 밤낮으로 보았거든요. 동해에서 떠오르는 그 강렬한 햇빛이 오래 기억에 남아있어요. 어린 시절의 자연에 대한 기억이 계속 이어져 왔던 것이죠. 자연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지 나름대로 내가 자연을 만들어간 다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했어요. 하지만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만큼 좋은 작업을 아직도 못한 것 같아요.”
1993년 개인전 이후 이신자는 <산의 정기> 연작을 제작한다. 모사, 합성사를 다양하게 사용하여, 역동적인 기하학 구조 속에 오롯이 솟아 오른 산맥의 모습들을 불러 모은 이 연작은 생의 서사를 포용하는 완숙기 작업의 정수이다. 2000년대 이후에는 태피스트리 위에 나무, 금속 등 새로운 재료를 혼합하여 부조적 입체성을 강조하였다. 기존에 사용하던 붉은색, 노랑 검정, 회색을 여전히 사용하면서도 색조의 톤을 풍부하게 부각하고, 수직 또는 수평의 정적인 구도를 통해 정련된 실의 질서를 드러낸다. 차분한 여백이 느껴지는 일련의 풍경 속에는 창문을 연상시키는 사각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는 한옥의 ‘창’ 형태를 응용한 것이다. 작은 틀 너머로 보이는 산의 형상은, 먼 발치에서 자연을 관조하는 동시에 그 속에 머무르는 작가의 여유롭고 소박한 정서를 보여준다. 미술 평론가 김홍희(전 서울시립미술관 관장)는 이신자의 성취를 “공예의 장르적, 젠더적 편견을 허문 사례”로 평가하며, 그녀의 섬유예술은 추상이라는 형식 속에 자전적 암시를 풍기고 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비평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이번 전시를 통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여성적 예술실천에 대한 담론이 재조명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1] 유근준, 「커버 스토리, 이신자와 유근준의 대담: 정감 넘치는 생활조형」, 『월간 디자인』, 1977년 6월.
[2] 김복영, 「빛의 은유와 기억의 공간」, 『월간미술』, 1993년 : “달과 태양일 해면 깊숙이 잠복되면 그 주변으로 일렁이는 물결의 파동으로 해서 본래의 둥근 형상들이 이지러지고, 흡사 섬유들이 만들어 내는 슬릿과 드레이프처럼 어둠과 밝음의 진폭으로 처리되고 포치된다. 자연의 형상들은 더 나아가 바람부는 날 격렬하게 일그러져 불규칙하지만 거의 기하학적 도상에 가까운 슬릿 패턴들의 중첩구조를 드러내기도 한다.”
[3] 이신자 구술, 최공호 채록, 『2013년도 한국 근현대예술사 구술채록연구 시리즈 230: 이신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4.
작가 소개
이신자는 경상북도 울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응용미술학과 졸업(1955)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산업공예과 직물전공에서 석사학위를 취득(1956)했다. 이른 나이에 문교부 장관상(1956,1958)을 수상하고 화단의 주목을 받은 그녀는 현대 공예를 대표하는 1세대 섬유공예가로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고 심사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또한 1965년부터 1997년까지 덕성여자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로서 한국 섬유미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1970년대 이후 태리스트리를 제작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그녀는 1997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1965년 《제1회 이신자 작품전》 (신문회관), 1983년 《제3회 이신자 Tapestry전》 (현대화랑), 1993년 《제5회 이신자 Tapestry전: 자연, 기 그리고 삶》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997년 《제6회 이신자 Tapestry전: 갤러리우덕 개관 기념》 (갤러리우덕), 2003년 《이신자 섬유 작업 50년전: 작품 도록 출판 기념》(대한민국예술원 미술관)이 있다. 리투아니아 국제 섬유 비엔날레 (1993, 리투아니아 카우나스), 동경 국제 태피스트리 비엔날레 (1986, 일본 도쿄), 런던 섬유 전시회 (1991, 영국 런던)에 초청되었으며 작품의 주요 소장처로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공예박물관, 숙명여자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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