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graphy

임민욱(b. 1968)은 1990년대 말, 한국 미술 현장이 동시대성을 획득해 나가던 전환기에 데뷔한 ‘허리 세대’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이다.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와 영상 설치, 오브제를 활용한 다면적 설치, 드로잉과 글을 포함한 다양한 범위의 장르에 도전해 왔다. 특히 임민욱의 작업은 방송 장비나 운송 수단, 유기물 등의 재료를 다루면서 장르적 구속과 규정을 벗어나려는 수행적 형식을 보여준다. 근대성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 공동체와 기억의 문제, 시간과 공간으로 은폐되었던 장소에 대한 사유와 더불어 이분법적 사고의 구조를 돌파하고 위기에 놓인 관계들을 미완의 구조로 살려내는 형식을 모색한다. 

 

임민욱은 근대성에 대한 끊임없는 의구심을 드러낸다. 작가는 누락의 역사를 비판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 질문을 던지는 방법으로서의 미학 실천을 찾아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역사와 환경으로부터 파생된 시간의 조각들을 비선형적으로 탐문하는 작가는 거대한 망각의 질서에서 나타나는 징후를 재조명한다. 그 예로, 2014년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서 선보인 그의 대표작 〈내비게이션 ID〉(2014)는 1950년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 정권하에서 벌어진 1950년 경산 코발트 광산 사건 및 진주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들의 유해를 호송하고 추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퍼포먼스였다. 비-고정적이며 연약한 형태의 조각, 흘러가고 사라지는 사운드, 사실과 허구를 점프 컷으로 배열하는 비디오와 사람들의 신체와 증언하는 목소리의 집합으로 완성되는 퍼포먼스, 그리고 각 매체가 상호 교차하여 서로를 번역하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임민욱의 미디어는 ‘감각의 재조정’을 통해 역사의 감추어진 목소리와 형상을 대변한다. 이러한 작업의 특징에 대해 문화이론가 김남시는 시공간을 초월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천사라는 영매를 바탕으로 ‘흐르고 사라지며 보이지 않는’ 상태를 통해 ‘사라진 것, 비가시적인 것을 추적’하고자 ‘미디어’를 사용한 것으로 독해한 바 있다. 작가의 작업은 컨테이너 등의 운송수단, 방송 아카이브/보도 장비, 열화상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이동과 전환을 위한 다양한 기제들을 포함하면서 역사라는 정체(성)의 탈영토화를 시도한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Fossil of High Noon(정오의 화석)》(티나킴 갤러리, 2022), 《만일(萬一)의 약속》(삼성미술관 플라토, 2015), 《United Paradox》(Portikus Frankfurt, 2015), 《Heat of Shadow》(Walker Art Center, 2012), 《점프 컷》 (아트선재센터, 2008) 등이 있다. 그 외에도 《2021 타이틀 매치 임민욱 vs. 장영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1), 《2021 광주비엔날레 GB커미션》(2021), 《내 나니 여자라》(수원시립미술관, 2020), 그리고 이스탄불 비엔날레, 리버풀 비엔날레, 시드니 비엔날레, 타이베이 비엔날레, 리옹비엔날레, 부산 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등 글로벌 미술현장에서 초청되었다. 작가의 작업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을 비롯한 국내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었으며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미니애폴리스 워커아트센터(Walker Art Center), 파리 퐁피두센터(The Centre Pompidou), 뉴욕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sia Art Archive in America)등 해외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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