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ita Abad: Colors of My Dream

티나킴 갤러리는 파시타 아바드 (Pacita Abad, 1946-2004)의 개인전 《Colors of My Dream》을 개최한다. 필리핀 바타네스에서 태어나 성장한 아바드는 마르코스 군부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을 주도하고 정치적 탄압을 피해 1969년 필리핀을 떠난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 역사를 공부하였으며 남편인 경제학자 잭 개리티와 함께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라오스, 대만, 홍콩을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하며 아시아 여러 국가들의 토착적 생활 방식을 경험하고 이를 자신만의 예술적 연구로 발전시켰다.

파시타 아바드는1981년 보스턴에 거주하던 시기에 인형 제작자이자 친구였던 바바라 뉴먼(Barbara Newman)를 통해 트라푼토를 접하게 되었다. 단추, 스팽글, 프린트 직물, 조개, 비즈 등 일상에서 발견한 여러 재료를 서사적으로 완성하는 이 퀼트기법은 확장된 화면과 휴대성을 특징으로 한다. 아바드는 특히, 인도 라바리 족의 거울 자수, 나무껍질로 만든 파푸아 뉴기니의 직물, 과테말라와 멕시코의 전통의상 우이필(huipil), 인도의 바틱(batik)과 이카트(ika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에서 파생된 기법들을 배우고 샘플링하여 독특한 작업 스타일을 완성하였다. 이러한 그녀의 초국가적 특징에 대해 영미문학 연구자인 스탕카 라도비치(Stanka Radović)는 “장소들이 살아있는 태피스트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 《Colors of My Dream》에서는 파시타 아바드의 작업 중에서 특히 1985년 2002년 사이에 제작된 추상회화, Asian Abstraction 시리즈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엿보이는 구상회화 시리즈와 달리, 열대미학과 장식적인 기법이 더해진 추상회화 시리즈는 32년 간의 화업 중에서도 가장 성숙하고 세련된 스타일이다. 특히 1983년부터2003년까지 여러 차례 서울을 방문한 아바드는 한국 공예와 한옥, 그리고 수묵화에 깊은 영감을 받으며 추상에 대한 독특한 접근을 이어나간다. 그녀의 작품은 1988년 <국제 현대회화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초청되었으며 2003년 <서울 국제 여성 아트페어>에서 소개된 바 있다.

글로벌한 시야를 가진 유색인종이자 여성의 삶은 하나의 카테고리로 범주화 하기 어렵다. 수세기에 걸친 식민통치 아래에서도 살아남은 제3세계의 전통적 질감과 색채를 선택한 파시타 아바드는 다양한 문화적 어휘와 작가 자신의 주관적인 정치적 경험, 나아가 이민자들의 역동적인 삶에 얽힌 차이와 타자성에 깊이 공감한 페미니스트였다. 그녀가 사용했던 선명한 색채는 획일적인 모더니즘의 패러다임에 저항하며 문화를 초월한 연대의 전략으로 사용되었다. 이를 통해 특수성을 집단성으로 변환하고 소외의 메커니즘을 뒤집으며 문화, 정체성, 물질성이 교차하는 가운데 새로운 의미의 공간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페이스 링골드(Faith Ringgold)는 그의 저서, 『새로운 대화 대담한 시선 (Fresh Talk Daring Gazes)』에서, 파시타 아바드의 색채 감각에 대해 독자적 개인에 대한 가시성을 제공하고 이를 인종적 타자들이 직면한 성차별과 인종차별의 경험과 연관시킨다고 언급한 바 있다.

티나킴 갤러리의 이번 개인전은 2023년 워커아트센터(Walker Art Center, Minneapolis)의 대규모 회고전과 같은 기간에 개최된다. 파시타 아바드의 미국내 최초 회고전은 2025년까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PS1, 온타리오 미술관에서 순회전시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