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graphy

이승조(1941-1991)는 한국전쟁 이후, 새로운 미래에 대한 열망이 충만했던 1960년대에 아방가르드 세대로 등장하며 한국의 기하 추상을 진취적으로 이끌었다. 194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출생한 이승조는 1962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해 동급생이었던 최명영, 서승원 등과 함께 순수한 회화로의 환원을 지향한 그룹 오리진(Origin)을 결성했다. 이후 이승조는 ‘파이프’를 연상시키는 원통 단위를 조형 언어로 제시하고 한국 추상회화에서 매우 보기 드문 기계 미학적 회화 영역을 일구어낸다. 

 

이승조는 1968년부터 1971년까지 당시 추상회화의 입상이 드물었던 보수적인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4년간 연이어 수상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현상학이론,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등 외부에서 유입된 현대미술의 흐름에 적극 호응했고 1970년대 중반 이후 단색화와의 연계성을 가지면서도 스스로 개척한 ‘핵’의 고유성을 놓지 않았다. 1988년에는 미국 미술에 강한 인상을 받아 회화와 오브제의 접목을 시도하며 알루미늄과 황동, 나무 패널이 캔버스를 대체하는 새로운 실험을 전개했지만, 성과를 보지 못한 채 1990년 타계하였다. 생전에 ‘한국 화단에서 보기 드문 엄격한 기하학적 추상의 한 전형을 이룩한 화가’로 평가받았던 이승조는 회화의 아방가르드를 위해 철저한 자기분석을 모색한 작가였다.

 

캔버스의 평면과 조형 간의 구조적인 논리를 추구한 이승조의 작품은 광학적이고 시각적인 옵아트(Op art)의 특징이 강하다. 매끄럽고 기계적인 표현은 당시로서는 이례적이었는데, 이는 평붓의 사용과 사포질이라는 반복적인 노동과정, 그리고 종이테이프를 이용한 작가의 독자적인 채색 방법에서 발현된 것이다. 순수조형을 향한 개척자와도 같은 이승조의 노력은 ‘전례 없는 속도와 스케일로 현대도시로 탈바꿈해 나갔던 시대의 풍경과 시각을 초월하는 함축적인 표현으로서의 붓질’로 평가되었다.

 

이승조는 1959년 오산고등학교 재학 당시 제8회 대한민국 술전람회의 입선을 시작으로, 1968년 17회부터 1971년 20회까지 4년간 연이어 수상하는 등 기하추상 회화에게 보수적이었던 국전에서 총 6회 수상하였다. 1970년대에는 앙뎅팡당(제1, 4, 5, 6, 7회), 에꼴 드 서울(제1-8회, 11-12회)를 비롯하여 서울현대미술제, 대구현대미술제, 부산현대미술제, 광주현대미술제 등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전시에 지속적으로 초청되었으며 상파울루 비엔날레(1971, 1977)와 프랑스의 까뉴 국제회화전(1974, 1979)에 이어 일본의 《한국현대미술의 단면전》(도쿄센트럴미술관, 1977), 대만의 《한국현대미술전》(타이페이시립미술관, 1984) 등의 해외 전시에도 활발히 참여하였다. 1990년 작고 이후 호암갤러리(1991), 갤러리현대(1996), 토탈미술관(1996), 부산시립미술관(2010), 일주 & 선화갤러리(2010)에서 회고전이 진행되었으며 파리 페로탕갤러리의 초청으로 《오리진》(2016)이 개최되었고 뉴욕 티나킴 갤러리에서 2020년 2월 개인전이 개최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뮤지엄산, 토탈미술관, 성신여자대학교 박물관, 우란문화재단, 대림미술관, 한원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2023-2024년 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의 순회전,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에 초청되었다.

Works
  • Lee Seung Jio, Nucleus 85-1, 1985
    Lee Seung Jio
    Nucleus 85-1, 1985
    Oil on canvas
    57.28 x 44.09 inches
    145.5 x 112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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